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 주 69시간 일할 수 있다?

정부가 주 52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는 한 주에 최대 52시간까지 일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근로시간 11시간 연속휴식 또는 1주 몰아서 최대 69시간까지 일하고 일이 적을 때에는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근로자 건강권 보호와 실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단위기간에 비례해 연장근로 총량을 감축하고, 근로시간 등 주요한 근로조건 결정에 있어 다양한 근로자들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근로자대표를 제도화합니다. 
 

 

1. 주 52시간 제도 개편 배경

정부는 주 52시간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2018년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주 52시간제를 도입하였으나 획일적이고 경직적인 주단위 상한 규제 방식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연장근로 시간 선택권을 확대해 현행 1주 외에 짧게는 월, 분기, 반기, 길게는 연 단위 연장근로를 운영할 수 있도록 늘렸습니다. 지금까지는 매주 기본 40시간에 12시간까지만 더 일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노사가 월 단위로 합의했다면 한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하고 다른 주에는 그만큼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단, 11시간의 휴식 시간은 지켜져야 합니다.
 

2.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현행 보상휴가제를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로 확대 개편해 저축한 연장근로를 임금 또는 휴가로 선택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함에 따라 기존의 연차휴가와 결합하면 안식월, 한 달 살기 등 장기휴가도 가능해집니다. 1시간 더 일했다면 1시간 반을 휴가로 쓸 수 있는 저축제도를 시행하기로 한 것입니다. 길게는 1년 단위로 관리할 경우 특정 기간에 너무 많은 일이 몰리는 것도 막겠다고 발표했습니다. 3개월 단위로 관리하면 주 평균 10.8시간으로 최대 노동시간의 90%까지만 더 일할 수 있습니다. 6개월은 최대 노동시간의 80%, 연 단위로는 70%로 제한했습니다.
 
또한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구분하기 위해 회사 측의 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를 말하는 이른바 연결차단권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포괄임금제도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포괄임금제는 실제 노동시간과 상관없이 매월 일정 수당을 지급하면서 그동안 공짜 야근과 임금체불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왔습니다. 
 

 

3. 한 주에 최대 69시간을 일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노동자가 원한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시켜서 일한다면 막대한 과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쉴 때 많이 쉰다고 말할 수 있지만 지금도 휴가를 제대로 못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지난해 SPC 계열사에서 일하던 제빵노동자가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전체 일한 시간보다도 매일 이어진 야근이 문제였습니다. 
 

4. 과연 11시간 휴식은 충분할까? 

노동현장에서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정부에서는 11시간이라는 시간만 말했을 뿐 야간 휴식권 등을 보장한 것은 아닙니다. 정부가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했지만 틈이 있는 겁니다. 만약 저녁 9시에 출근해서 다음 날 오전 11시까지 일하고 퇴근한 노동자가 밤 10시에 다시 출근해도 11시간 휴식은 보장됩니다. 심한 경우 사흘 내내 퇴근 없는 노동도 가능해집니다. 주 64시간까지만 일을 한다면 연속 11시간 휴식권을 주지 않아도 됩니다. 이론적으로는 오늘 오전 9시에 출근한 노동자가 모레 새벽 6시까지 일하고 나머지 요일에는 정상 근무를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게임 출시 전 전 직원이 밤샘 근무를 하는 걸 일컫는 이른바 크런치 노동에 내몰리게 되는 것입니다. 
 

5. 노동자들도 원하는 제도인가? 

정부는 더 일한 만큼 저축해 나중에 긴 휴가로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지금도 제때 휴가를 못쓰는 경우가 많다며 반발했습니다. 특히 이번 개편을 앞두고 노동계 의견을 제대로 듣지도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고용부는 이번 개편안 중 입법 사항은 오는 4월 17일까지 입법예고 후 6~7월에 국회 제출을 하고, 연구용역과 대책 등을 마련해 올해 안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입법예고 등 제도 개편 과정에서 토론회, 현장방문, 설문조사 등 노, 사와 현장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기로 했습니다.